완벽에 관하여
- 정재기
- 2024년 5월 2일
- 2분 분량
부산 재판이 있어서 내려가는 길에, 기차 안에서 "완벽에 관하여" 책을 읽고 있다.
(나는 관심있는 책을 여러 권 산 다음, 틈틈히 시간 날 때 그 산 책 중 하나를 골라 읽는 스타일이라, 집에 쌓여 있었던 책 중 하나였다)
평생 목수로 일하며, 목수로서 미국의 1등이 된 저자가 담담히 풀어내는 삶과 직업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공사현장에서 먹고 자며, 하루종일 일을 하고, 몇날 며칠을 그곳에서 씻지도 못한 채 일을 한 경험을 이야기한다. 그렇게 해도 행복했고 기뻤다고 자기의 삶을 풀어쓴다.
그 목수는 미국에서 최고 목수로 통하니, 어쩌면 세계에서 가장 비싸고 능력있는 목수 중 하나일 것이다. 그 사람이 연습, 연습, 일, 일을 강조하며 강조한 것은 본질에 대한 집중이다.
변호사 사무실을 가보면, 입구에서부터 화려한 이력과 위촉장, 감사장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경우가 많다. 어떤 기관, 어떤 단체에서 준 위촉장이 그 변호사의 능력을 징표라도 하듯, 거의 모든 사무실은 위촉장 장식으로 로펌을 나타낸다.
(하지만 브라이튼엔 브라이튼 표시 외에 어떠한 위촉장도 전시하지 않는다)
얼마 전 지인에게 변호사를 소개해준 후, 1~2년이 흘러 그 지인을 우연히 만나 술을 한잔 하였는데, 내가 소개해준 변호사가 잘 하고 있는지 물었더니, 답답한 듯 한숨을 쉬었다. 내가 이유를 물었다.
"일단 사건 파악을 잘 못합니다. 사건을 장악하지 못한채 매 재판마다 눈만 멀뚱히 뜨고 있거나 엉뚱한 말을 해요. 증거를 제출하라고 1달 전에 줬는데, 제출하지 않고 있다가 재판 3,4일 전에 급하게 전화와서 증거 내놓으라고 해요. 이미 줬다고 하면 화를 냅니다. 재판정 앞에서 만나서 이야기하면, 갑작스럽게 '그걸 왜 지금 이야기합니까'라고 소리쳐요. 근데 그걸 제가 이미 한달 전에 카톡이든 전화로 말한 것이거든요. 사건을 잘 몰라요. 그래서 불안해서 매 재판마다 당사자인 제가 나갑니다"
이러는 것이 아닌가.
이제 12~13년차로 중견 변호사에 접어든 그 변호사의 화려한 이력에 비해, 사건 수행의 의지와 능력이 걱정될 정도였다.
그러서면서 내게 덧붙였다.
"그 변호사 사무실 가면, 검찰청이니 공정위니 하는 대단한 기관의 위촉장이 즐비해요. 감사패도 많고. 그거 볼 때마다 화가 납니다. 내 일은 안 하고 어디 밖으로 싸돌아다니고 있는지 화가 나요"
변호사라는 본질에 집중하지 않는 순간, 변호사는 빛을 잃는다.
그 변호사에 대한 불평은, 생각해보니, 십여 년 전 처음 변호사로 발을 내딛을 때 내 친구, 동기, 동료로부터 숱하게 들었던, 우리보다 10년 이상 선배들이 변호사 바닥에서 하고 있었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자기를 잃을 때, 자기는 다른 것으로 자기를 포장한다.
완벽하게 자기 사건을 장악하는 것은 변호사의 첫째 의무다. 그것이 그 목수가 일한 방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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